비상한 나비가 바람을 품고 스스로의 날개짓으로 끊임없이 위로 오른다.
부드러운 외곽선으로 바람을 거스르지 않고
단색이나 평면적이지 않은 나비의 모습은 바람을 품어 실어나른다.

그러나 불어닥친 바람을 타기보다는
바람의 구심점이 되어 바람을 일으키는 나비.
그것이 서울독립영화제가 독립영화계에서 해야할 날개짓이라 생각한다.

지금은 한 마리의 나비에 불과할지라도
여기 작고 구석진 한 귀퉁이에서 파닥거린 한 날개짓이
1년 후, 10년 후, 혹은 100년 후
큰 위력을 가진 토네이도가 될 수 있음을
서울독립영화제를 통해 그려내고자 하는 큰 포부가 담겨있다.  



서울독립영화제2004 포스터


올해는 서울독립영화제의 로고로 나비가 확정된 만큼
그 의미를 구현하는데에 중점을 두어서 작업했다.

가벼운 바람을 일으키는 날개짓과
유연하면서도 역동적인 나비의 궤적을 따라
회화적인 색채의 화려한 모자이크를 그려넣었다.

외곽으로 퍼져나갈수록 점점 강해지는 에너지를 표현키위해
명도가 낮은 색상을 사용했으며,
이들의 중심이 되는 원은 보라색을 사용하여
독립영화의 자유분방함과 독창성 등 관습적이지 않음을 강조하고자 했다.

나비의 날개짓을 통한 궤적은 그 바람으로 인해 넘실대는 듯 출렁이는데
층을 이루고 있는 원의 불규칙성과 방사형으로 뻗은 곡선의 유연함이 그 몫을 해내고 있다.

난 그저 사람들이 이 포스터를 접하고서
꿈틀거리며 날아오르고 싶은 환상을 느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행복하겠다.

서울독립영화제 소개    

          
_ Never Mind _

- 독립영화, 우리의 아름다운 근심 -

독립영화는 항상 우리에게 근심거리를 던져준다. 아니 독립영화 자체가 곧 근심이다. 많은
사람들이 머리를 맞대고, 술잔을 기울이며 그 근심들을 털어놓지만 뾰족한 해결책은 쉽게
나오지 않는다. 영화에 대한 한숨 섞인 토로에서, 세상과 사회에 순응하지 않으려는 기질과
의식에서 영화로 먹고 살면서 또한 영화로 살아남기 위해서 그런 근심은 계속된다. 많은
노력과 자조 섞인 한숨에도 불구하고 척박한 토대는 쉽게 변하지 않는다.
그러나 Never mind!

독립영화는 세상과 함께 하지만 주변부에 존재한다. 하지만 시대의 변화에는 주도적으로
참여하고자 한다. 시대의 흐름을 놓치지 않으면서도, 변해가는 세상과 타협하지 않고
넘어서려는 조바심 속에 독립영화가 존재한다. 그러나 너무 빨리 변하는 세상 속에서
독립영화는 시대와 타협하지 않고 불응해야 하는 숙명을 안고 있다. 그 자체가 우리에겐
커다란 근심이다. 주변에서 주변을 확장하려는 생각. 그러나 지금은 중심이 주변을
삼키거나, 더 멀리 유배시켜버리는 시대이다. 주변에 남아서 주변의 영역을 넓히려는
우리의 고민이 여기 존재한다. 그러나 Never mind!

새로운 영화를 통해 영화의 미학적 예술적 비전을 제시하고자 하는 야심. 그리고 소중한
관객들과 소중한 시간을 함께 나누면서 생존하고자 하는 몸부림. 이것은 영화의 아주
오래된 근심이다. 그러나 그것은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구나 독립영화는 지금 잠시
정체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우리 스스로 커다란 비전을 세우지 못하고, 항상 동어반복에
머무르고 있다는 자괴감 또한 존재한다. 사람들은 한두 편의 영화에만 열광하며, 1등이
아니면 모두 꼴찌인 세상이다. 거기엔 예외 없는 욕망이 자라잡고 있다. 하지만 독립영화의
욕망은 과연 존재하고 또 실현될 수 있는가라는 의문도 항상 존재한다. 우리의 욕망은
어디에? 그러나 Never mind!

이 많은 아름다운 근심들 속에서 우리는 Never mind라고 감히 주장한다. 독립영화는
사람들의 오해와 다르게 잘돼도 독립영화고 못돼도 독립영화다. 독립영화는 현실에서
출발했지만, 그 뒤에는 원대한 꿈과 이상이 존재한다. 그것은 희망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린 쉽게 희망을 말하지 못한다. 세상은 변화하는 것 같지만, 항상 그저 그럴 뿐이다.
그렇지만 우린 근심을 버리지 않는다. 우리에겐 희망은 멀리 있지만, 좌절도 없다. 때문에
우리는 더 이상 걱정하지 말라고, 더 이상 안 될 것도 없고, 더 잘될 일도 없다고 자조
섞인 비틈으로 세상과 거리를 유지하며 존재한다.

Never Mind!
더 이상 걱정하지 말라는 절박한 외침 속에 독립영화는 근심을 풀어놓을 것이다.